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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관협착으로 인한 입원기

기타 2009. 10. 29. 09:19 posted by 맑은눈동자

9월 하순경 명치끝 상복부의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기사필기시험이후 술을 제법 마셨고 실기시험준비로 인해 늦고 불규칙한 식사시간이라던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역류성식도염이 도졌나싶어 자주가는 신사동 G내과에 가서 약을 받아왔습니다. (10일분)

역류성식도염은 예후가 좋아 보통은 2일치정도만 꾸준히 먹어도 통증이 거의 사라지나, 이번에는 약을 꾸준히 먹고있었도 통증감소가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갑작스런 코감기로 인해 또다시 병원에갔고 3일분의 감기약 복용으로 인해 식도염약은 투약중지.

10월 3일. 추석날 성묘가다가 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방안에 들어있던 과도에 엉덩이를 찔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몇바늘 꿰매고 항생제를 먹게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소변색이 진해지기 시작했으나 항생제 복용시 자주있는 일이라 지레짐작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답니다.

추석이 지나고 피로감이 극심, 주위로부터 얼굴이 안좋아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 취침시간이 4시간~5시간정도뿐 시험준비와 오전의 운동으로 인해 정신없었던 기간이라 좀 무리를 했나정도의 생각이었으나 9일에는 육체피로감이 최절정에 달해 쓰러져 하루종일 누워지내게 되었지요.
무슨일이 있어도 학원은 결석하지 않는 저였지만, 결국 학원도 결석하게 되었고 병원에 한번 가볼까 하다가 다음주인 15일에 문화재수리기능사 시험이, 18일에는 기사실기시험이 있어 일단 시험이후에 가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문화재수리기능사 시험은 육체적노동(?)을 요구하는 시험이 중요한지라 극심한 피로감 속에서도 준비를 철저하게 해나갔고 15일 당일 시험장소인 부여 전통문화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뤘습니다. 당시 시험은 밤나무를 굴취하여 분뜨기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랜덤으로 걸린 나무는 최악이어서 육체적인 노동은 타인에 비해 2~3배 더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문화재수리기능사 시험을 마치고 18일에 치룰 기사시험을 준비하는데 얼굴색뿐만 아니라 눈색깔도 이미 노란색으로 변해 몸이 심하게 좋지않음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죠. 이즈음 소변색은 이미 샛노란색을 지나 갈색, 대변색은 찰흙색정도로 보였습니다.

식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일단은 동네의 G내과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이후 판정은 A형으로 추측되는 급성간염으로 모든활동을 중단하고 쉬며, 가급적 입원을 종용하였으나 18일 시험은 어떻게하든 치루게 해달라 요청하여 링거와 내복약을 병행치료하고 피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 G내과에서도 최우선적으로 빠른 검사를 해주어 바로 그날 간염을 확진하고, 토요일 링거를 한차례 더 맞았습니다.

18일시험은 부셔질듯한 두통이 찾아왔으나 불굴의 정신으로 시험은 무사히 완료.(물론 잘봤다라는 의미는 아님.) 시험을 치룬 후 집에서 휴식.

19일 다시 G내과에 가서 B형 및 C형간염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유행인 A형간염일 것이라 예상하고 다시 피검사를 실시했습니다.
링거를 한차례 더 맞고 약을 먹으면서 목요일(22일)에 병원에 다시 오라했으나 별다른 차도없이 점차 얼굴색이 나빠지자 하루이른 수요일에 다시 G내과를 찾았습니다.
19일에 했던 피검사에서 A형간염의 소견도 보이지않자 G내과에서는 독성간염을 의심했습니다. 독성간염은 보통 한약등을 오랜기간 복용시 나타난다고 했으나 평소 그런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먼 저였기에 비로소 큰병원에 입원을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신촌의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수속을 밟고 G내과에서의 소견서와 피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니 간보다는 담도쪽을 의심하여 즉시 피검사와 함께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었습니다.
CT검사결과 역시 담도의 문제.
담도 한쪽이 크게 벌어져있는데 그말인즉 한쪽이 막혀있기 때문이랍니다.
담도가 막혀있어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간쪽으로 역류, 간염과 같은 증상을 보여 간수치와 황달수치가 높아진 상태였지요.(황달수치 7.6)
다음날(목요일) 저녁 다시 MRI(자기공명영상)검사가 잡혀 오후4시이후 금식이 결정되었습니다. MRI는 저녁10시에 실시하였는데 정확히 한시간이 걸려 11시에 나왔습니다. CT보다는 무척 힘들었고 조영제투영시의 부작용도 훨씬 심하여 구역감과 구토가 있었지요.
다시 다음날인 금요일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로 협착되어있는 담도부분에 스텐트를 넣어 장으로의 담즙배출을 하게끔하는 시술을 하는 동시에 조직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
담즙배출이 되자 소변색은 점차 안정되어갔으나 토요일부터 설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토요일/일요일은 조직검사 판독이 되지 않으므로 빨라야 화요일쯤에 결과가 나올거라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즈음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담관협착의 원인은 1순위가 악성종양(암)이며 그외에 담석등을 꼽을 수 있는데 내시경시 담석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결국 예상할 수 있는 원인은 암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인터넷에서 담관협착을 검색해보면 담도암, 담관암, 췌장암등이 금방 검색됨을 볼 수 있답니다.

담관암의 증상은 (그리고 저에게 있었던 증상은)
1. 초기에 상복부통증이 있으나 경미한 통증이기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최초 역류성식도염으로 경미한 상복부통증)
2. 증상으로는 체중감소, 피로감, 오심, 구토등이 있을 수 있다.(육체피로와 식도염으로 생각한 오심)
3. 담낭암과 담관암이 서서히 진행되면 종양이 담관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막게 되어 담즙의 흐름이 차단되고 혈액내 빌리루빈의 수치가 높아져 담관폐쇄로 인한 황달이 생기게 된다. 
(이미 빌리루빈 수치는 높았고 담관은 협착이 되었으며 황달수치는 7.6인상태)
4. 담관염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 대부분 열을 동반하지 않으며 통증은 대부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열뿐만 아니라 통증도 없어 5인실의 병실에서 내가 가장 나이롱환자처럼 보였습니다)

담관암의 증상과 그간 나의 증상이 놀랍도록 비슷해 소름이 돋을지경이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담관암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 (50~60대)분들께 많이 발현되며 젊은층은 거의 없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정도였죠.
드라마상에서는 하얀거탑의 장준혁교수가 젋은나이에 죽은 그 병이 담관암이지 않던가요. 비록 노년층에서 많이 발견된다고는 하지만 젋은층이 아예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일단 담관암이라면 황달이 나타나기전까지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담도폐쇄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암이 진단될 때에는 상당히 경과가 진행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상당히 불량하다합니다.

- 담낭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은 5% 미만, 모든 담낭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도 6개월 정도. 
- 담관암의 경우 발생 위치에 따라 예후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절제가 가능한 간내 담관암의 경우 3년 생존율은 45~60%이고 평균 생존기간은 18~30개월 정도이며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는 7개월 정도.
- 간문부 담관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은 7~15% 정도이며, 원위부 담관암은 다른 부위에 발생한는 암에 비하여 50% 정도로 상대적으로 외과적 절제율이 높으며 평균 생존기간은 24개월, 5년 생존율은 15~28% 정도입니다. 그러나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역시 생존기간이 8개월 정도로 매우 불량하다는 등의 인터넷의 글들을 보니 머릿속에는 두려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억지로 담관협착의 원인중 가벼운 것(예를들면 일상의 스트레스등)을 찾으려 해보았으나 찾으면 찾을수록 암이야기.ㅠ_ㅠ;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이 생각나고 큰아이와의 아직 지키지못했던 약속들이 생각나고 와이프가 걱정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올라 저절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다만 아직 CT나 MRI, ERCP에서 암이라는 소견을 보이지 않기에 '괜찮을거야, 암 아닐거야'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직검사의 결과는 생각보다 일찍인 월요일 오후에 나왔습니다. 결과는 다행히 정상세포. 많은 검사중 가장 큰 고비를 넘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원인을 못찾은 상태라 마지막으로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해보자고 하여 화요일 정오쯤에 실시하였고 수요일에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 특별한 이상을 찾지못하였습니다.
결국 Idiopathic(원인이없는, 특발성의) 담도협착이라는 결과를 받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이후 1개월뒤에 피검사와 CT촬영을 받아야하며 6개월뒤에는 담즙배출을위한 스텐트를 빼든지 풍선시술을 하던지, 스텐트를 두개이상 더 박던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_-
CT를 비롯, MRI나 ERCP, PET-CT등은 검사비가 고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결과를 찾았어야 검사효과를 누린 것이겠지만 그 원인의 핀트는 역시 암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증상에 대한 원인을 못찾은 결과에 대하여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담도쪽은 종양이 아니라할지라도 이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문제를 지속적으로 안고가는 것이기 때문에 식이요법이라던지, 금주라던지 생활패턴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해져버렸습니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증상이 발현될지는 모르겠으나 담도협착이라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나의경우처럼 일방적으로 암에 대한 정보만 받고 좌절하지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