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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노거수 문화경관 가치와 조경적 활용』논문요약
우리나라는 50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많은 문화재들을 갖고 있으나 노거수등의 '자연문화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높지 않다.  이는 문화재를 인공의 구성물로 이해하거나, 천연기념물을 희귀하고 보호해야하기 때문에 접하기 힘든 대상정도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은 인공적 문화재와는 달리 원생적 자연유산으로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모태가 되어왔고, 그렇기에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재이며 사람들의 삶이 추적되어 형성된 문화적 상징물이다. 특히 노거수들은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자연을 대립물로 보고 극복하려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오늘날, 노거수가 갖는 가치와 의의는 '과거의 유산'이상인 것이다.

142건의 천연기념물 노거수를 수종별로 분류하면 총34종 중 은행나무가 21건으로 가장많고, 소나무 17건, 느티나무 16건, 향나무 10건순이다.

1. 은행나무
은행나무 노거수의 특이점은 사찰과의 유관성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 영동 영국사의 은행나무,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 청도 적천사의 은행나무등은 해당 사찰내에 있으며 영월의 은행나무는 대정사라는 절내에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이들 나무의 공통점은 모두 암나무라는 점인데, 사찰내에서 은행나무가 유실수 역할을 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서울 문묘 은행나무는 원래 암나무였는데 열매가 떨어져 냄새나고 지저분하여 문묘의 엄숙함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유생들이 제를 올렸더니 수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고, 주문진 장덕리의 은행나무는 이곳을 지나던 늙은 스님이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붙였더니 그 이후 이 은행나무는 은행이 달리지 않았다는 등 수나무중에서도 암나무에서 전환된 것임을 강조한 것이 있다.

2. 소나무
17건의 천연기념물 소나무 노거수의 특징은 직립한 경우보다는 분지되거나 휘어자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속리 정이품성과 연풍 입석의 소나무, 설악동의 소나무를 제외한 대부분이 직립 수형을 갖고 있지 않다. 여기에 처진소나무류를 더한다면 천연기념물 노거수로서의 소나무는 그 수령과 함께 수형의 특이성이 강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 곰솔
곰솔의 유래에는 외침에 얽힌 사연이 많다. 임진왜란 때 논개가 심었다고 전하여 그 이름에 논개가 순국한 바위인 의암을 따서 붙인 장수리의 의암송이나 완도 지역을 침입한 왜구를 물리치고 이를 기념하여 심었다는 해남 수성리의 수성송, 경상좌수영의 자리에 서 있으면서 군선을 다스리는 군신목의 대접을 받았다는 부산 수영동의 곰솔등이 있다.
이외에도 장흥 관산읍의 효자송은 노모의 밭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늘을 만들어 쉴 수 있게 하자고 결의해서 심었다는 효사상과 관련한 유래도 있다.

4. 이팝나무
읍성을 둘러싼 차폐림중에 살아남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광양 유당공언의 이팝나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에서 쌀 또는 쌀밥과 관련된 유래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진안 평지리의 이팝나무는 이팝나무가 서 있는 자리가 옛날 아기사리[각주:1] 터였으며 이승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한 그루씩 심은 것이라 한다.

5. 기타
나머지 수종에서는 공적인 목적으로 심겨졌거나 가꾸어진 노거수들이 있다.
비자나무는 강진 병영면 비자나무, 진도 임회면 비자나무, 사천 곤양면 비자나무등의 세 건이 천연기념물 노거수로 지정되었는데 모두 사찰이나 공공건물 주변에 있으면서 그 열매를 약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호되었다.
화엄사의 올벚나무는 껍질로 활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기에 국가차원에서 식재가 장려되었고,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 강화 사기리의 탱자나무는 성벽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식재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노거수들이 그 식물학적 특성외에 역사를 통해 획득한 문화경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첫째, 강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며, 둘째 오랜 역사를 통해 반복됨으로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거나 고정된 이미지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결론
은행나무는 전통적으로 그 식재에 있어서 암수의 구별을 중요시했다는 사실과, 특히 마을이나 사찰에서는 암나무의 식재를 선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문묘의 예에서 보듯 면학과 중용을 중요시 하는 유교적 관점에서는 수나무의 식재를 선호했음 또한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찰 조경이나 쌈지공원 같은 장소에서의 암나무 식재는 공간 자체의 성격과 전통성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참조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반면 학교나 기타교육기관에서는 문묘의 예에서 살펴보았듯 수나무를 식재하는 것이 그 의미를 더할 것이다. 소나무 노거수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그 대부분이 직립형이 아닌 휘거나 분지된 형태라는 점이다. 이 점은 최근 유행하는 낙랑장송 [각주:2] 식재와 관련하여 유념해 볼 부분이다.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미끈한 낙락장송이 아닌 휘거나 잘리더라도 마을 주위에서 자라는 친숙한 모습의 소나무가 궁극적으로는 마을의 당산목 [각주:3]으로 선택되는 것이다. 곰솔에는 충효사상과 관련된 유래들이 많이 전해오는데, 이것은 해풍과 염분에 강하다는 곰솔 자체의 식물학적 장점과 더불어 조경식재에 있어서 좋은 상징 소재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벚나무류의 경우 지금은 대부분 개화기에 만발한 꽃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재되고 있는 실정이며, 우리나라가 자생지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고 있으나, 여기에 올벚나무가 가지고 있는 국난극복의 상징을 차용한다면 보다 폭넓은 식재 범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옛날 굶주리던 시절 마령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죽으면 원래 야트막한 동구 밖 야산이었던 이 자리에 묻었다고 하여 그 이름이 '아기사리'다. 그리고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수북한 쌀밥처럼 보이는 이팝나무들을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박상진. 2004). [본문으로]
  2. 가지가 길게 축축 늘어진 키가 큰 소나무 [본문으로]
  3. 堂山木, 마을 지킴이 나무. 당산나무 [본문으로]